"영화채널 3개라더니 사실상 1개"…채널사업자 '끼워팔기'에 시청자 선택권 줄어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7월 31일, 오전 01:49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가 같은 콘텐츠를 계열 내 여러 채널에 돌려 막는 ‘재탕 편성’을 하며 채널을 묶어 파는 부당 거래 관행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유료방송 플랫폼(SO)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시청자의 실질적 채널 선택권은 크게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울러 법원의 판단과 달리 정부 가이드라인이 채널 계약 종료를 사실상 제한하는 등 행정 규제가 시장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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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채널 중복률 98%… “명목만 3개, 실제론 1개 채널”

30일 한국언론학회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유료방송 채널거래 시장 개선 방안 마련’ 특별세미나에서 유성진 숭실대 교수는 MPP 9개사 43개 채널(193개 채널 조합)의 중복편성 실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동일 법인 내 채널 간 최고 중복률은 98%에 달했다. MPP 5곳의 최대 중복편성률은 80%를 넘었다. 특히 한 MPP 계열의 영화 장르 채널은 명목상 3개로 운영되고 있었으나, 중복률(80% 이상 동일 채널 간주)을 고려한 실질 채널 수는 단 1개에 불과했다.

유 교수는 “문제는 중복편성 자체보다, 인기 채널 1~2개의 협상력을 바탕으로 비주력 채널까지 ‘묶음(패키지)’으로 거래하는 구조”라며 “형식상 개별 계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괄 계약이 강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끼워팔기’ 관행 탓에 SO의 재정 건전성은 악화일로다. 2024년 기준 SO의 총수신료 대비 콘텐츠 사용료 지급률은 90.2%까지 치솟았다. 일부 SO의 경우 지급률이 116.2%에 달해 가입자에게 받은 수신료 전체로도 콘텐츠 대가를 다 치르지 못하는 기형적 구조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중소 PP의 입지 축소와 시청자 선택권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 교수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채널별 개별계약 거부 시 계약 종료 사유 인정 △끼워팔기 금지조항의 적용 기준 구체화 △중복편성률 정기 공표 및 평가 반영 등 3단계 개선안을 제시했다.

◇“법원 판결과 다른 정부 가이드라인… 사전규제 관행 정비해야”

이날 세미나에서는 사적 계약 영역인 채널 거래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행정지도가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승혁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법원은 방송 프로그램 공급계약에 대해 ‘기간 만료 시 종료’가 원칙이라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법적 구속력 없는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계약 종료를 사실상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적 위임 근거가 없는 채널계약 가이드라인이 이용약관 신고 수리와 재허가 조건에 결합하면서 강력한 ‘사전 규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 변호사는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춘 규제 재정비를 주문했다. 과거와 달리 대형 MPP의 협상력이 SO를 압도하는 사례가 늘어난 만큼, 일률적인 규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이드라인 미준수를 이유로 한 약관 변경신고 반려 관행 개선 △재허가 조건(부관)을 통한 채널거래 규제 지양 △정식 방송분쟁조정 절차로의 일원화 △대형 PP 대상 가이드라인 적용 배제 및 중소 PP 보호 집중 등을 대안으로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법적 근거가 불충분한 규제는 정비해 사적자치와 시장원리를 회복하고, 부당한 거래 관행은 분쟁조정과 금지행위 규제로 통제함으로써 예측 가능하고 공정한 채널거래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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