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SK에너지, ‘미얀마 쇼크’에 잉여현금 순유출까지 겹악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05일, 오전 12:10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SK에너지가 투자한 미얀마 석유유통사 베스트오일컴퍼니(Best Oil Company Ltd. 이하 BOC)가 대규모 적자로 돌아서며 고전하고 있다. 든든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야 할 해외 법인이 오히려 짐이 된 상황에서 본업인 석유 사업마저 영업적자의 늪에 빠지며 전사적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SK에너지가 신규 투자한 전용 탱크 및 배관을 통해 이송한 바이오 원료로, 코프로세싱 방식의 지속가능항공유(SAF) 연속 생산이 가능한 설비 전경. (사진=SK에너지)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에너지의 미얀마 합작법인 BOC는 지난해 536억원의 영업손실과 70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BOC는 미얀마 2위 석유유통업을 영위하는 사업지주회사로 지난 2019년 SK에너지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각각 17.5%씩 총 1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석유 수입과 미얀마 남부 유통을 담당하는 PT Power 사와 석유 제품 수입 터미널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PSW 사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BOC의 미얀마 석유 시장 점유율은 17%다.

주목할 점은 BOC가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급감했다는 점이다. BOC의 지난해 매출은 2조5276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물건을 더 많이 팔고도 대규모 적자를 냈다는 것은 현지 사업 환경 악화와 원가 부담 가중 등 수익 구조 자체가 심각하게 훼손됐음을 시사한다. 거시 경제 불안정과 공급망 차질 등이 현지 마진을 압박하며 원가 통제력을 상실한 것으로 풀이된다.

누적된 손실로 BOC의 자본총계는 1년 만에 3745억원에서 2853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분 17.5%를 보유한 SK에너지의 장부금액 역시 942억원에서 795억원으로 하락했고 전년도에 유입됐던 7억원 규모의 배당금 수익도 전무했다. 현지 투자금 회수 지연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관계기업 투자의 장부금액 하락은 단순한 자산 가치의 축소에 그치지 않고 지배기업인 SK에너지의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현지 합작법인이 기록한 순손실은 보유 지분율(17.5%)만큼 SK에너지의 영업외비용인 '지분법손실'로 고스란히 반영돼 전사 당기순이익을 직접적으로 갉아먹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자산 감소는 곧바로 자본 총계 축소로 이어져 부채비율 등 전반적인 재무건전성 지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더 나아가 현지 사업 환경이 단기간 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장부상 남은 투자 지분에 대해서도 ‘손상차손’을 추가로 인식해야 하는 회계적 부담마저 안게 된다.

문제는 미얀마 합작사의 부진이 SK에너지 본업의 경쟁력 약화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SK에너지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39조 2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9.5% 감소했다. 여기에 1717억원의 영업손실과 163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기업의 실제 자금 사정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FCF)도 마이너스(-) 6323억원으로 대규모 순유출을 기록했다. 2024년 4570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 악화가 SK에너지의 현금창출력 훼손으로 고스란히 이어졌음을 시사한다.

FCF는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유지보수나 설비투자(CAPEX) 등 필수적인 지출을 빼고 실질적으로 손에 쥔 현금을 의미한다. 이 여파로 SK에너지의 지난해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조 7244억원으로 전년(3조 7899억원) 대비 1조원 이상 급감했다.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재무 부담이 커지자 SK에너지는 건전성 방어를 위해 ‘토지 자산재평가’ 카드를 꺼냈다. 지난해 SK에너지는 토지 후속측정방법을 원가모형에서 재평가모형으로 변경해 8117억원의 재평가이익을 장부에 반영했다.

이를 통해 5885억원이 자본 항목인 재평가잉여금으로 반영됐고, FCF 순유출을 기록하고도 자본총계가 4조 2564억원에서 4조 6945억원으로 10.3% 증가했다. 덕분에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307.2%에서 250.3%로 56.9%포인트(p) 개선되는 극적인 효과를 연출했다.

이같은 회계적 조정을 통한 자본 확충은 실제 현금 유입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무 부담 완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본업의 수익성 회복 등 실질적인 현금창출력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장부상 부채비율 하락만으로는 현재의 자금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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