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제약 측은 보도자료에서 미국 계약을 사실상 독점 계약으로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이를 비독점 계약으로 판단했다. 특히 이번 계약 미국 파트너사는 시장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기업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에서도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거래소도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천당제약 보도자료.
◇한국거래소, 독점 계약 아닌 비독점 계약으로 판단
2일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0일 삼천당제약이 공시한 ‘경구용 당뇨 치료제 리벨서스 제네릭 및 경구용 비만 치료제 위고비 오럴 제네릭(세마글루타이드) 미국 라이선스 계약’과 관련해 독점 계약이 아닌 비독점 계약으로 본 것으로 나타났다.
삼천당제약은 해당 공시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미국 파트너사와 독점 계약 체결, SNAC-Free 기술로 미국 80조 시장 평정”이라는 취지로 계약을 강조했다. 그러나 공시에는 ‘독점 계약’이라는 표현이 포함되지 않았다. 공시에 없는 표현이 보도자료에서만 강조되면서 시장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삼천당제약이 지난 2월 체결한 유럽 11개국 라이선스 계약 공시에는 '독점 계약'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었다. 다만 당시에도 공시에는 계약금 및 마일스톤 3000만유로(당시 약 508억원)로 기재됐지만 보도자료에서는 총 5조 3000억원 규모 계약이라고 발표해 과장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미국 계약과 관련해 회사가 제출한 계약서와 공시 내용을 검토한 뒤 비독점 계약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유럽 계약 과정에서 공시와 보도자료 간 괴리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던 만큼 유사한 혼선의 재발을 막기 위해 표현을 보다 엄격히 들여다본 것으로 보인다.
삼천당제약 공시를 담당한 거래소 공시4부 관계자는 “삼천당제약이 제출한 계약서와 공시 내용을 확인했는데 삼천당제약 측이 원하는 방식대로 공시를 할 경우 과장될 우려가 있어 독점이 아닌 비독점 라이선스 계약 형태로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천당제약이 제출한 자료에는 제목과 내용에 독점을 뜻하는 ‘Exclusive’ 표현이 일부 포함돼 있었지만 독점 계약은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지난 2월 유럽 계약)에도 보도자료 등에서 과장된 표현으로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협의를 통해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고위 임원도 “본문에 Exclusive 표현이 일부 들어가 있더라도 거래소가 비독점으로 판단했다면 이를 독점 계약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삼천당제약 "공시 규정상 라이선스 계약으로만 표현"
삼천당제약의 미국 계약에서 독점 여부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비독점 프로핏 셰어링 구조에서는 동일 제품을 복수 파트너가 동시에 판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시장 점유율과 매출 규모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독점 계약일 경우 파트너가 마케팅과 영업에 적극 투자할 유인이 크지만 비독점 구조에서는 투자 동기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고 본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계약서에 ‘Exclusive’라는 표현이 포함돼 있더라도 실제 권리 범위와 조항에 따라 독점 계약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컨대 특정 지역이나 유통 채널로 권리가 제한돼 있거나 동일 제품에 대해 다른 파트너사에 공급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경우 독점성이 약화될 수 있다. 이 외 제품 및 적응증이 분리돼 일부 권리만 부여된 구조이거나 최소 판매 의무 등 실질적인 독점 조건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등 비독점 계약으로 판단될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한국거래소가 계약서상 미국 파트너사에 대한 기본적인 부분들을 확인하고자 했지만 정보들을 찾을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상 비공개를 이유로 공시에서도 미국 파트너사명이 공개되지 않았는데 글로벌 빅파마나 시장에 널리 알려진 기업은 아니라는 게 한국거래소 측 의견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삼천당제약 측이 비공개 요청을 해 파트너사명을 공개하기 어렵다”며 “내부적으로 조회를 해봤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기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기업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홈페이지가 있는지 등은 확인했지만 미국 기업인 만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나 재무 정보 확인 경로를 통해 조회해봐도 관련 정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상 미국 상장사나 SEC 공시 의무가 있는 기업의 경우 일정 수준의 사업 및 재무 정보를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공개적으로 확인 가능한 정보가 제한될 경우 계약 상대방의 규모와 재무 상태, 실제 계약 이행 능력을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삼천당제약 측은 “계약서 제목은 ‘Exclusive Supply and Sales Agreement’이지만 공시 규정상 라이선스 계약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파트너사 외 다른 기업에는 제품을 공급할 수 없다”며 “미국 파트너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제네릭 톱10 중 6개 회사를 포함한 다수 업체와 동시 협상을 진행한 결과 순이익의 90%를 제안한 파트너사와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