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린드베리와 반 고흐'는 창조성이 정신질환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지, 아니면 그 때문에 나타나는지를 묻는다.
'스트린드베리와 반 고흐'는 창조성이 정신질환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지, 아니면 그 때문에 나타나는지를 묻는다. 저자 칼 야스퍼스는 스트린드베리와 스베덴보리, 횔덜린, 반 고흐를 나란히 놓고 병적 체험과 창조의 관계를 정신병리학의 언어로 추적한다.
"천재와 광인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오래된 통념이 책의 출발점이다. 야스퍼스는 이 통념을 되풀이하지 않고, 창조성과 광기를 연결해온 사고방식을 정신병리학의 관점에서 다시 검토한다.
이 책은 1922년 발표된 저작으로, 야스퍼스가 의학에서 철학으로 넘어가던 시기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이번 국내 출간으로 한국 독자들은 그의 병적학 연구를 처음 한 권으로 접하게 됐다.
야스퍼스가 다루는 인물은 스트린드베리와 스베덴보리, 횔덜린, 반 고흐다. 자전적 기록과 작품, 편지, 주변 인물의 증언을 함께 살피며 정신질환이 삶과 세계관, 작품 내용에 어떻게 개입하는지 추적한다.
1부는 스트린드베리를 중심에 둔다. 질투망상과 박해망상, 환각, 종교적 전환이 그의 삶과 작품 변화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따라가며, 병리학적 전기 연구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2부에서는 스베덴보리, 횔덜린, 반 고흐를 비교 대상으로 세운다. 야스퍼스는 스트린드베리와 스베덴보리의 경우 정신분열증이 작품의 소재와 내용에 더 가까이 놓여 있고, 횔덜린과 반 고흐의 경우에는 창조성의 형식 자체에 더 깊게 작용했다고 본다.
책은 정신질환이 곧바로 예술적 깊이나 창조성을 만들어낸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병적 과정이 어떤 가능성을 밀어 올릴 수는 있어도 작품은 진단명으로 환원할 수 없다는 점을 여러 사례와 인용문으로 거듭 짚는다.
야스퍼스는 실존철학자로 널리 알려졌지만 출발점은 정신의학에 있었다. 그는 환자의 주관적 체험에 주목하는 방법론을 모색했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정신병리학 총론'을 썼다.
'스트린드베리와 반 고흐'가 지금 다시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간의 삶과 창조를 병명 하나로 정리할 수 있는지, 이해의 한계 앞에서 어떤 태도가 필요한지를 이 책은 네 인물의 사례를 통해 끝까지 묻는다.
△ '스트린드베리와 반 고흐'/ 칼 야스퍼스 지음/ 홍성광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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