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깜짝 보이콧, 그래미 어워즈 흔들 분수령 될까[스타in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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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7월 31일, 오전 02:54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내년 2월 열리는 제69회 ‘그래미 어워즈’(그래미)에 자신들의 음악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K팝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래미가 신설한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아시안 팝) 부문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다른 K팝 아티스트들의 선택과 그래미의 향후 추가 대응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빅히트뮤직)
(사진=빅히트뮤직)
◇‘아시안 팝’ 부문 신설에 공개 문제 제기

BTS 멤버들은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란히 글을 올려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며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회사는 아티스트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BTS는 ‘군백기’(군대+공백기)를 마치고 지난 3월 발표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으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그래미 첫 수상 기대를 키웠다. 이런 가운데 나온 이번 결정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아시안 팝 부문에 대한 사실상의 문제 제기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해당 부문은 K팝을 비롯해 일본의 J팝, 중국의 C팝 등 아시아 시장에서 제작됐거나 널리 인정받는 팝 음악을 대상으로 한다. K팝 업계에서는 K팝 가수들의 ‘그래미 어워즈’ 수상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아시아 음악을 별도 범주로 묶으면 주요 부문인 ‘제너럴 필드’와의 경계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렸다. 영국 가디언은 BTS의 보이콧 결정을 다루며 “그래미가 신설한 새 부문에 대한 완곡하지만 분명한 문제 제기”라고 전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30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그동안 K팝이 북미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현지 취향과 트렌드에 끌려 다닌 측면이 있었다. BTS 또한 ‘다이너마이트’(Dynamite), ‘버터’(Butter),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 등 미국 시장을 겨냥해 제작한 곡으로 성공을 거뒀고, 새 앨범 ‘아리랑’도 차분하고 사색적인 음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그래미 수상을 상당히 의식한 작품으로 느껴졌다”며 “BTS가 이제 그런 흐름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음악적 독립 선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빅히트뮤직)
(사진=빅히트뮤직)
◇진화 나선 그래미 “주요 부문 출품도 가능”

BTS 보이콧의 파장이 커지가 그래미 측은 이날 공식 해명 입장문을 냈다. 이를 통해 하비 메이슨 주니어 그래미 최고경영자(CEO)는 “BTS가 올해 그래미 절차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도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는 아시아 팝 음악의 다양성과 성장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부문”이라며 “누군가를 구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아티스트를 인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장르 부문과 ‘제너럴 필드’는 서로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며 아티스트는 두 부문에서 모두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69회 시상식 출품 접수는 내달 21일까지 진행된다. BTS의 행보가 다른 K팝 아티스트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각 아티스트가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릴지는 또 다른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월 열린 제68회 시상식에는 BTS 진·제이홉·RM을 비롯해 세븐틴, 블랙핑크, 트와이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캣츠아이, 스트레이 키즈, 에이티즈 등이 작품을 출품했다. 이들 가운데 내년 시상식 출품 여부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곳은 아직 없다.

하이브 관계자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쏘스뮤직, 어도어 등 산하의 다른 레이블 아티스트들의 그래미 출품 여부에 관한 물음에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만큼 각 레이블 및 아티스트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BTS가 그래미를 향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 자체는 상징성이 크다. 현지 언론이 이를 비중 있게 다루는 것만 봐도 BTS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라면서도 “다만 BTS의 선택을 모든 아시아 아티스트의 공통된 시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신설된 아시안 팝 부문을 통해 그래미 문을 두드리려는 아시아 지역 아티스트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TS 월드투어 파리 공연(사진=빅히트뮤직)
BTS 월드투어 파리 공연(사진=빅히트뮤직)
BTS 월드투어 파리 공연(사진=빅히트뮤직)
BTS 월드투어 파리 공연(사진=빅히트뮤직)
◇위켄드 이어 BTS…그래미 향후 움직임 주목

그래미는 가수, 제작자, 프로듀서, 녹음 엔지니어 등으로 구성된 단체인 레코딩 아카데미가 1959년부터 개최해온 음악 시상식이다. 시상식 후보와 수상자는 투표권을 가진 회원 1만 5000명이 선정한다.

BTS는 그동안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와 베스트 뮤직비디오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수상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들은 2019년부터 그래미 투표 회원으로 활동해오고 있으며, 2021년과 2022년 시상식에서 단독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래미는 다른 음악 시상식에 비해 유색인종 아티스트에게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21년에는 캐나다 출신 흑인 팝스타 위켄드가 주요 부문 후보에서 제외되자 “그래미는 부패했다. ‘비밀 위원회’가 있는 한 앞으로 작품을 출품하지 않겠다”며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후 그래미 측은 신규 투표 회원을 확대하고 인종·국가·성별 다양성을 강화하는 등 쇄신을 추진해왔다. 이런 가운데 BTS의 결정이 그래미의 또 다른 변화를 이끄는 분수령이 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 계기로 그래미의 권위를 다시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며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의 시상식이고 현장 전문가들이 투표한다는 점 때문에 권위를 인정받아왔지만, 그 전문가들 역시 현지 음악 산업의 이해관계자들이라는 점에서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평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 다른 K팝 그룹이나 소속사들이 BTS를 따라 출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결정의 의미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그래미가 어떤 변화를 보이느냐다. BTS의 향후 재출품 여부 역시 그래미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진모 평론가는 “BTS의 보이콧은 다른 아시아 아티스트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BTS가 화두를 던지면서 아시안 팝 부문과 제너럴 필드를 함께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이번 결정은 미국 음악 시장을 향한 시원한 보이콧이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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