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손가락과 굽은 팔'...룰라와 이재명의 공통분모 [현장에서]

정치

이데일리,

2026년 7월 31일, 오전 01:51

[산티아고=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난 27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대통령관저에 한국·브라질의 두 정상이 나란히 섰다. 한·브라질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를 위해서다.

먼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성과와 한국과의 우호 관계 증진 등을 설명했다. 특유의 긴 호흡과 열정이 담긴 연설이었다.

룰라 대통령의 왼쪽 소매 끝으로 그의 손이 보였다. 새끼손가락이 유난히 짧았다. 노동운동가로 정치행로를 시작한 룰라 대통령의 상징 흔적이다. 그는 열아홉 살 때 금속공장에서 선반공으로 일하다 사고로 새끼손가락 거의 전부를 잃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런 룰라 대통령을 지긋이 바라봤다.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좀처럼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룰라 대통령을 향한 존경심이 보였다. 지난 2월 룰라 대통령의 방한 이후 불과 다섯 달 만에 서둘러 브라질을 찾은 이유도 짐작할 수 있었다.

룰라 대통령의 손가락 때문일까, 그날따라 이 대통령의 굽어진 왼팔도 더 도드라져 보였다. 소년공 시절 프레스 기계에 팔이 눌리면서 생긴 장애다.

27일(현지시간) 공동언론발표 당시 이재명 대통령(사진 왼쪽)과 룰라 대통령 (사진=김유성 기자)
27일(현지시간) 공동언론발표 당시 이재명 대통령(사진 왼쪽)과 룰라 대통령 (사진=김유성 기자)
이날 어린 시절 노동 현장에서 얻은 상처는 두 사람을 하나로 묶는 공통의 언어처럼 보였다. 공동언론발표장에 들어설 때부터 퇴장할 때까지 두 정상은 수시로 손을 잡고 서로를 끌어안았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숱한 정상회담을 지켜봤지만 이번에 유독 본인의 본심이 드러난 듯 했다.

여기에 정치인으로 걸어야 했던 험로와 그 과정에서 겪은 고립과 좌절도 서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했을 법하다.

실제 룰라 대통령은 2011년 퇴임 후 권력의 정점에서 추락하고도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아 돌아왔다. 빈곤층과 노동자의 지지를 바탕으로 브라질 역사에 굵직한 흔적을 남긴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혹독한 시련을 견뎌냈다. 비슷하게 이 대통령도 2022년 대선 패배 후 숱한 재판에 나가야 했다. 이들 재판 중 일부는 퇴임 이후에 재개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에서도 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에게 동질감을 느낄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 대통령관저에서 공동언론발표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 대통령관저에서 공동언론발표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래서일까, 브라질 측의 순방단 환대가 더 크게 느껴졌다. 극심한 교통난으로 악명 높은 상파울루에서 브라질 측은 주요 도로를 통제해가며 한국 순방단의 이동을 도왔다. 룰라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얼마나 각별한 손님으로 여기는지, 브라질 정부가 한국과의 관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정상 간의 개인적 신뢰가 국가 간 관계를 움직이는 강력한 동력이 되고 된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날 지옥 같은 상파울루의 출근길 한복판에 열린 길은 한국 순방단만을 위한 길이 아니길 바랬다. 불확실성이 어느 때봐 높아진 시대 한·브라질의 협력의 상징이 됐으면 한다.

도심 자동차 전용 도로를 막아 세우고 한국 취재진의 버스 길을 틔어주는 브라질 경찰 (사진=김유성 기자)
도심 자동차 전용 도로를 막아 세우고 한국 취재진의 버스 길을 틔어주는 브라질 경찰 (사진=김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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